영화 <평화>를 촬영하기 위해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배우 '그녀'는 일본인 건축가, '그'와 우연히 만나 이틀간의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히로시마에 머물러 달라는 남자의 청을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그녀는 거절한다. 그녀에겐 고향 느베르에서 자신의 첫사랑인 독일군 병사와의 사랑의 대가로 죽음을 목격하고, 그 사랑의 이름으로 지하실에 감금되어 끔찍한 고통을 겪은 상처가 존재한다. 사랑으로 인한 좌절과 고통, 그리고 절망이라는 이름의 과거가 떠나질 않는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 히로시마에서 그녀의 고통스러웠던 과거가 현실과 중첩되면서 그와 그녀의 침묵의 대화는 이어진다.